MVP는 그 해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가 받는 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매년 시즌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기록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어도 팬들이 먼저 "저 선수가 MVP지"라고 입을 모으는 경우가 반드시 있었습니다. KBO MVP는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KBO MVP, 시대마다 강팀이 바뀌었다
KBO 리그 초창기를 돌아보면 해태 타이거즈와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중심의 구조가 뚜렷했습니다. MVP는 자연스럽게 강팀에서 배출되었고, 이 시기는 팀 성적과 개인 기량이 거의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리그 구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현대 유니콘스,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 등이 우승 경쟁에 참여하면서 MVP 수상자가 특정 팀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강팀이 MVP를 독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팀이 경쟁하며 MVP의 의미도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은 제가 야구를 가장 열심히 챙겨보던 시기였습니다. 두산 베어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습니다. 더스틴 니퍼트, 김재환, 조쉬 린드블럼이 MVP를 수상하면서 두산 왕조 시대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니퍼트가 선발 등판하는 날이면 팬들 사이에서 "오늘은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제가 직접 느낀 건 단순히 성적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마운드에 올라서는 순간 팀 전체가 안정되는 느낌이 있었고, 그게 진짜 에이스의 존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 1980~1990년대 : 해태 타이거즈·OB 베어스 중심 강팀 시대
- 2000년대 : 현대·삼성·SK 등 다팀 경쟁 체제
- 2010년대 중반 : 두산 베어스 중심 왕조 시대
- 2020년대 : 외국인 선수와 국내 스타의 공존 시대

MVP 선정 기준,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MVP 선정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지표는 WAR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MVP 결과를 보면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이정후입니다. 당시 키움 히어로즈는 우승팀이 아니었지만 이정후의 타격 완성도는 리그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면 MVP가 맞다"는 평가가 많았고 결국 수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MVP가 단순히 기록상을 넘어 그 시즌을 가장 상징하는 선수를 뽑는 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다음 요소들이 평가 기준으로 활용됩니다.
- 정규시즌 개인 성적
- 팀 성적
- 기자단 투표
- 시즌 영향력
다만 개인적으로는 MVP가 개인상인 만큼 팀 성적보다 선수 개인의 활약 비중이 조금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승팀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반영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2024 김도영 이후, 새로운 세대가 시작됐다
2024년 MVP 김도영은 저에게 세대교체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장타력과 주루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인데다 어린 나이에 이미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MVP가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베테랑 선수들의 무대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리그의 얼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KBO 리그 전체에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야 리그도 계속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6 시즌 MVP 경쟁이 기대되는 이유
2026 시즌 역시 여러 선수들이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투수 부문에서는 LG 트윈스의 손주영과 유영찬, 삼성 라이온즈의 양창섭, KIA 타이거즈의 애덤 올러 등이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타자 부문에서는 SSG 랜더스의 박성한,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 등이 강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코디 폰세처럼 리그 판도를 바꾸는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MVP 경쟁도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습니다.
MVP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기록이 중요하냐, 팀 성적이 중요하냐를 두고 팬들의 의견은 늘 갈립니다.
하지만 저는 그 논쟁 자체가 야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MVP는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팬들이 시즌을 돌아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선수, 그 선수가 진짜 MVP일지도 모릅니다.
2026 시즌이 끝났을 때 과연 어떤 선수가 KBO를 대표하는 얼굴로 기억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